
호프집?
어릴 적 "호프", "호프집"이라는 가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냥 "맥주를 마시는 가게"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만 알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불리는지는 알지 못했었다. 시간이 지나 맥주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서 홉이 맥주의 재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맥주를 판매하고 마시는 가게를 호프집이라고 부르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나와 같은 세대를 살아온 분들이라면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홉 호프라는 것의 실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지난 번 산미구엘 세르베자 블랑카 맥주를 리뷰하면서 재료로 고수 씨앗이 들어간 사실을 알고나서 맥주의 재료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또 맥주를 좋아하면서 맥주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홉(Hops)에 대해서 한 번 조사해보았다.
내가 알던 산미구엘 맞아? 산미구엘 세르베자 블랑카(San Miguel Cerveza Blanca) | 안주는 먹태 (tistory.com)
내가 알던 산미구엘 맞아? 산미구엘 세르베자 블랑카(San Miguel Cerveza Blanca) | 안주는 먹태
산미구엘이긴 한데 좀 다르다? 주말에 고향집에 방문해서 아버지의 냉장고를 열었더니, 익숙한 듯 생소한 맥주가 있어서 얼른 집었다. 제품명: 산미구엘 세르베자 블랑카(San Miguel Cerveza Blanca) 원
drinkalonetogether.tistory.com
홉(Hops)이란
홉은 물, 맥아(Malt), 효모(Yeast)와 함께 맥주의 4대 필수 재료이다. 대마초와 같은 과(Family)에 속하는 원뿔 모양의 꽃이다.(하지만 향정신성 물질은 갖고 있지 않다.) 학명은 Humulus lupulus. 홉은 맥주의 풍미와 향을 내고 특히 쓴 맛을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맥주 양조에는 수꽃과 암꽃 중 암꽃 만을 사용하는데, 이는 수꽃을 사용하면 안 좋은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홉의 역사
홉의 등장
홉은 고대부터 양조에 사용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9세기 경으로 추정한다. 유럽에서 부패 방지 및 항균의 특성이 인정되면서 부터이다. 홉을 사용하기 전에는 양조업자들은 그루트(Gruit)라는 허브와 향신료를 혼합하여 사용하였다. 하지만 그루트는 향정신성, 중독성 등을 띄어서 종교의 영향력이 강했던 중세 시대부터 견제를 받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홉이 대체하기 시작하였다.
Gruit Ales: Beer Before Hops (craftbeer.com)
Beer Before Hops: History of Gruit Ales
Before there were IPAs, there were gruit ales.
www.craftbeer.com
홉의 승리
영국과 독일에서 점점 홉이 고미제(쓴 맛을 내는 재료)로 선호되었고, 결정적으로 독일의 바이에른 공국에서 1487년 제정되고 1516년 공국의 모든 사람들이 따르도록 공포된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으로 인해 맥주는 물, 맥아, 효모 그리고 홉으로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맥주의 특성에 홉이 미치는 영향
양조 과정 중 홉을 추가하는 과정을 호핑(Hopping)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호핑 과정은 홉을 맥아에서 추출한 액체인 맥아즙(Wort)와 함께 약 1시간 동안 끓여서 알파산(Alpha acids)을 만들어낸다. 알파산은 쓴맛을 내고 단맛과의 균형을 맞춰준다. 이 때, 홉을 오래 끓일 수록 쓴맛이 더 강하게 난다.
드라이 호핑 (Dry hopping)
맥주에 홉의 쓴 맛은 줄이고 풍미와 향을 더해주기 위해서는 맥아즙을 끓이는 중이나 끓이고 나서 홉을 첨가한다. 홉의 기름은 휘발성이 강하고 빠르게 증발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해서 맥주에 풍미와 향을 더해주는 베타산(Beta acid)와 에센셜 오일을 추출한다. 이를 드라이 호핑이라고 한다.
홉의 역할
부패 방지 및 항균
위에서 말한 것처럼 홉은 부패 방지 및 항균 효과가 있다. 맥주의 보존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미생물의 생장을 억제하여 부패와 감염을 방지한다. 또한 표면 장력을 높이고 응고를 줄여서 맥주의 거품인 헤드(Head)를 안정적으로 만든다.
맥주 정화
홉이 갖고 있는 탄닌 성분은 단백질과 결합하는 특성이 있다. 이 특성 덕분에 맥주의 단백질과 결합하여 복합체를 만들고, 이 복합체가 바닥에 가라 앉으면(침전) 맥주가 맑아진다.
tannins | Craft Beer & Brewing (beerandbrewing.com)
The Oxford Companion to Beer Definition of tannins
tannins of The Oxford Companion to Beer definition presented by Craft Beer & Brewing
beerandbrewing.com
홉의 종류
세상에 맥주가 다양한 만큼 홉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그 특성과 용도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홉이 있다.
- 캐스케이드(Cascade): 꽃, 시트러스, 자몽과 같은 향과 풍미를 지닌 인기 있는 미국산 홉. 페일 에일과 IPA에 자주 사용된다.
- 센테니얼(Centennial): 캐스케이드와 프로필이 비슷하지만 강도와 복잡성이 더 높은 또 다른 미국 홉이다. 페일 에일과 IPA뿐만 아니라 다른 스타일에도 사용된다.
- 치누크(Chinook): 솔향, 송진, 스파이시 향과 풍미가 있는 고알파 홉. 다양한 스타일, 특히 미국식 에일에서 쓴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 시트라(Citra): 열대 과일, 시트러스, 멜론 향과 풍미를 지닌 새로운 미국산 홉. 페일 에일, IPA 및 기타 호피 맥주의 향과 향료로 사용된다.
- 퍼글(Fuggle): 흙, 나무, 허브 향과 풍미가 있는 고전적인 영국식 홉. 비터, 포터, 스타우트와 같은 영국식 에일의 비터링 및 향료에 사용된다.
- 골딩(Golding): 섬세하고 꽃향기가 나며 약간 스파이시한 향과 풍미를 지닌 또 다른 고전적인 영국식 홉. 영국 에일, 특히 페일 에일에서 쓴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 할러타우(Hallertau): 순하고 꽃향기가 나며 약간 스파이시한 향과 풍미를 지닌 고귀한 독일산 홉. Pilsners, Helles 및 Bocks와 같은 독일 라거에서 쓴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 사즈(Saaz): 할러타우와 비슷한 프로필을 가지고 있지만 흙맛이 더 많고 스파이스가 적은 고귀한 체코 홉. 필스너와 같은 체코 라거의 쓴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 심코(Simcoe): 솔잎, 수지, 시트러스 향과 풍미를 지닌 고알파 미국산 홉. 다양한 스타일, 특히 미국식 에일에서 쓴 맛과 향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마치며
그저 호프집의 어원을 찾기 위해 시작하였는데, 이 자료 저 자료 찾다보니 꽤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 다음으로는 맥아(Malt)에 대해서 조사해보도록 하겠다. 덴마크 맥아를 100% 사용했다는 켈리 맥주도 함께 리뷰해보아야겠다.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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