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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이야기 - 여행, 일상 그리고 맥주

수원(광교)에서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펍지음 | 한숨과 함께하는 생각들

by DrinkAloneTogether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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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https://drinkalonetogether.wordpress.com에서 2016년 12월 18일에 작성한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현재는 펍지음을 검색해도 나오지가 않네요.
장사를 그만 두신 것 같습니다.
좋은 추억이 있었던 곳인데 아쉽네요.
소식 아시는 분들은 댓글 남겨 주세요. :)

집에서만 하는 혼술이 지겨워 밖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밖에서 하나 안에서 하나 혼술은 혼술이지만 오늘만큼은 밖에서의 혼술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번 강릉 여행 때 너무나도 인상 깊은 분위기와 독특한 맥주의 맛으로 내 마음속에 쏙 들어온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펍을 수원 광교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이 곳에 오는 날만을 기다렸다.

조용한 동네인데다가 조용한 가게라 독서를 하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어느정도냐면 내가 들어온 순간부터 1시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손님이 나 혼자이다.)

혼술을 할 때는 꼭 드라마를 보든 책을 읽든 뭔가를 하는데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은 화면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을때와는 또 다르다.

책속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다가도 활자는 읽어 내려가는데 머릿속에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휘휘 저어놓을 때가 있다.

펍의 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한 눈을 팔기도 하고 지금 내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있는 어떤
사람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사람 관계의 어려움을 깨달아 간다.

사실 사람 관계가 정말 이토록 어렵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던 것인지,
사람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나의 능력이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인지 헷갈려 하는 중이다.

문제해결 가능성이 그것을 생각하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독소와 같은 한숨을 내쉬며 상념에 잠긴다.

책의 내용은 이미 내용이 아니라 그저 글자가 되어가고 있다.

유리창에 비치는, 내 등 뒤의 벽에 영사되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멍도 때려본다.

이 쯤 되면 이 곳 정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처음으로 주문한 맥주는 버드나무 브루어리 출신의 ‘미노리 세션’이다.
강릉의 미노리에서 재배한 쌀로 만든 쌀맥주(?)이다. 쌉싸르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매력있다.

감자튀김을 시키니 요렇게 치즈볼, 견과류 등을 함께 담아주었다.

두 번째 맥주는 역시 버드나무 브루어리 출신의 ‘하슬라IPA’ 이다.
보통의 IPA보다 안쓰다고 하는데 쓰긴 쓰다.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기분좋게 마셨다.
하슬라는 강릉의 옛 이름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읽어도 테슬라가 생각나 영어 같다.

어느새 맞은편 군산오징어의 간판에는 불이 꺼지고 슬슬 주말의 끝이 실감나는 시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 이 시간이 아쉬워
‘Wit my ex’라는 독특한 이름의 맥주를 한병 더 주문한다.

병의 뒤에는 이렇게 재미있고 누군가의 추억을 들춰낼 수 있는 문구가 함께한다.

밀맥주라는데 맥주의 이름 때문인지 IPA보다 더 쓴맛이 나는 듯 하다.

오늘 여러모로 고민을 하고 상념에 잠기었다.
맥주와 함께 해서인지 슬픔이나 괴로움보다는 씁쓸하지만 기분좋았다.

씁쓸하지만 기분 좋았다는 이 아이러니함이 또한 씁쓸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가끔은 이렇게 밖에 나와 혼술하면서 ‘독소와 같은 한숨’을 내뱉으며 내 안을 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조금 풀린 푸근한 겨울밤이다.

카카오택시를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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