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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이야기 - 여행, 일상 그리고 맥주

오사카에서 산토리 마스터즈 드림과 쿠시카츠 | 어른이 된다는 것은

by DrinkAloneTogether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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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https://drinkalonetogether.wordpress.com에서 2016년 12월 8일에 작성한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맥주 이야기
맥주 이야기

 

어릴 땐 말야 모든게 다 간단하다 믿었지
이제 나는 딸기향 해열제 같은 환상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징그러운 일상에 불을 지르고 어디론가 도망갈까

체리필터 ‘Happy day’

 

하반기에 집중된, 한 달에 한번 꼴로 돌아오는 나의 12월 휴가의 목적지는 일본 제 2의 도시 오사카였다.
혐한 분위기, 시장스시의 와사비 테러 등 일본 여행을 가기에 적절한 시기일까 싶었지만 이미 항공권이며 숙박 등을 예약해두었고 난 와사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와사비 테러를 한 번 당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설레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엔화 환율이 떨어지고 있었다. Good!

이 곳은 술 블로그이므로 낮에 돌아다닌 곳은 과감히 생략한다.

저녁으로 간단히 맥주와 함께 초밥을 먹었다.

초밥 1
초밥 2
초밥 3
초밥 4

 

그리고 우리가 향한 곳은 쿠시카츠를 파는 유명 체인점인 다루마.
(난바 본점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으므로 호젠지점(?)으로 갔다.)

소스는 공용이므로 꼭 한 번만 찍어 달라는 안내문구가 있다. 소스를 앞접시에 퍼갈 수 있게 양배추도 제공해준다.

기본 세트를 주문 하고 빠질 수 없는 맥주를 주문하였다.

그리하여 나온 맥주가 바로 아래 사진에 나오는 산토리 마스터즈 드림이다.

산토리 마스터즈 드림

맥주의 색깔이나 거품을 보면 어떤 맛일지 살짝 상상을 할 수 있는데 이 맥주는 부드러운데 시원할 것 같은 느낌이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하루 종일 걸어다니고 앉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모금. 그 끝에 오는 짜릿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처음 입술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거품에 이어 기분 좋은 쌉쌀함이 느껴질 때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맥주를 즐기는 사람일 뿐, 맛을 감정하고 평가하는 전문가는 아니라 표현은 이정도가 최선이다.)

“으어~ 죽인다.”를 연발하며 발바닥의 열기를 식히고 있을 때 주문한 튀김이 나왔다.
주문하면 바로 튀겨서 주기 때문에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뜨겁다.

산토리 마스터즈 드림과 기본 안주
쿠시카츠

 

껍질 까먹는 콩과 돼지고기 장조림 비슷한 음식은 기본안주이다.
튀김 옷 표면이 매끈해보이는 것이 특이하였고 막상 깨어물면 적당한 두께감의 튀김옷이 굉장히 바삭하면서도 부드럽다.

그리고 이것. 친구와 그토록 찬양하던 새우튀김.
살면서 먹어 본 새우튀김 중 가장 맛있었다.
이 집 새우튀김 맛 미만은 다 잡이라며 환호하였고 추가로 주문하였다.

새우 쿠시카츠

살이 오동통하고 쫄깃하여 마치 통통한 게의 집게발을 먹는 느낌이었다.

하… 도저히 술이 더 안들어갈 수가 없는 조합이라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추가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

폭풍일정 끝에 맛있는 맥주와 안주를 함께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이렇게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어른들만이 술을 마실 수 있다.
정신 없는 즐거움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상이 말하는 어른이긴 하구나.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돈도 벌고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하며 걱정없이 살 수 있을줄로만 알았다.
물론 이렇게 돈도 벌고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지만,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지금의 모습보다 더 잘나고 발전하고 성숙하고 생각이 깊고 뚝심과 신념이 있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오히려 길게는 10년에서 짧게는 불과 1,2년 전보다 더 자신감 없고 게으르고 속이 좁고 이성적이지 못하고 쉽게 유혹에 넘어가고 세상과 타협하는 사람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사실 어른들이 말하는 철듦, 꾸준하고 안정적인 삶, 어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의 껍데기를 까보면 도전보다는 안정을, 변화보다는 순응을, 실패 없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보인다.
어른들의 말을 흉보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감정변화를 솔직하게 들여다 보고 내린 결론이다.

그와 동시에 어쩌면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나약해짐을 숨기기 위해 그럴듯한 포장을 해가는 일련의 과정이며,
철이 든다는 것은 순진함을 잃어간다는 말의 듣기 좋은 표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끔 예전의 내가 그립다.

 

직장도 돈도 없고, 멋있는 옷이나 차도 없고, 다양한 맥주와 커피를 알고 즐기지는 못해도,
꾸미는 법을 몰라 촌스러워도 그 때의 나는 조금 더 멋있었던 것 같다.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감에 불탔으며,
다른이의 말에 귀가 팔랑거리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았으며,
나 자신과의 약속은 지킬 줄 알았던 것 같다.

세속적인 것이 점점 익숙해지고 편해지고 그와 가까워지려고 하는 요즘.
스스로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만 있으면 재미없으니 조금씩 조금씩 아이가 되고 철없는 사람이 되어보아야겠다.

일상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지는 않겠지만, 딸기향 해열제 같은 환상적인 해결책들을 하나하나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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